2017년 1월 4일 수요일

3개월이면 뚝딱 모듈러 주택… 건설기준 때문에 대량공급 어려워

모듈러 주택이 건축안전기준에 맞추느라 당초 기대보다 공사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비를 줄이려면 모듈러 주택을 대량공급해야 한다. 대량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층으로 지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건축법 기준에 맞춰 모듈러 주택을 고층으로 지으려면 콘크리트 건물보다 건축비가 비싸져 모듈러 주택의 효율성을 반감된다.

국토교통부는 건축안전기준을 업계 상황에 맞춰 바꿀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모듈러 공법을 사용하는 업체는 건축법 기준을 통과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서울시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공릉동에 준공한 공공기숙사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공릉동에 준공한 공공기숙사 전경 /서울시 제공

◆ 비용절감 누리려면 대량공급 필요…건축법 때문에 어려운 대량공급

모듈러 주택은 주택 주요 구조부(기본골조, 마감재, 전기배선, 온돌 등)의 대부분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건축물을 완성한다. 이 방법은 기존 콘크리트 구조 방식보다 공사기간이 짧다. 3.3㎡당 평균 건축 비용은 440만원 정도로 소형 주택뿐만 아니라 중·대형 넓이도 공급 가능하다. 방 틀을 미리 만들어 블록 쌓기처럼 건물을 쌓아가며 짓는다. 방위에 다른 방을 올린 후 고장력 볼트로 접합 및 고정시킨다.

건축물 골조는 철강구조물로 기본 틀을 이룬다. 마감재는 외벽과 내벽이 나뉜다. 외벽은 철판으로 마감하고 내벽은 석고 등의 마감재가 쓰인다. 외벽과 내벽 사이에 단열재를 넣는다. 콘크리트는 화재 옮김 방지 및 층간 차음을 위해 바닥에만 쓰인다. 최근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호주 등도 이 공법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A&C의 청담동 외국인 직원 기숙사 뮤토(MUTO) 전경 /포스코A&C 제공
 포스코A&C의 청담동 외국인 직원 기숙사 뮤토(MUTO) 전경 /포스코A&C 제공
모듈러 주택은 국내에서도 서울 등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시는 노원구 공릉동에 공공기숙사를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준공하고 입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급 금액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7만3000~9만원 수준이다. 이 기숙사는 지상4층 연면적 821.5㎡로 총 22실로 구성됐다. 1층은 콘크리트 방식으로 2~4층은 모듈러 방식으로 지어졌다. 포스코A&C는 청담동에 포스코 외국인 직원용 기숙사를 짓기도 했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생산을 통해 빠르게 자재를 생산하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릉동 기숙사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공사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했다. 규모에 상관없이 콘크리트 건물보다 공사기간을 40~50%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듈러 주택은 현재 상황에서 원가 절감률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대량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800~1000실 정도가 한꺼번에 공급됐을 때 콘크리트 구조 건물보다 원가를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원구 공릉동 기숙사 건축을 담당한 SH공사 관계자는 “시공회사 설명에 따르면 절감률이 10%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에 못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기숙사 건축비(기초 토목 공사 및 기타 비용 제외)는 10억2064만원 가량이었다.

관련 업체는 “기본 철골 구조를 만드는 주형틀을 토지규모 및 건물 설계에 맞게 생산해야 하는데 소규모로 이뤄지면 마진이 크지 않다”며 “현실화 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층으로 대량공급이 어려운 이유는 내화구조 기준 때문이다. 내화기준이란 불에대한 내구성을 지닌 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층수가 4층이고 20m 이하인 건물은 1시간 동안 불이 외부나 상하좌우 다른 공간으로 번지지 않도록 화재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 12층이거나 50m 이하인 건물은 2시간, 그 이상은 3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모듈러 주택 기본 구조에 내화기능을 추가해야 한다. 내화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내화페인트, 암면(암석을 초고온에서 녹여 섬유처럼 만든 것) 스프레이, 석고보드 등의 내화피복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5층 이상으로 짓기 위해서는 비용을 들여 기본 철골구조에 내화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적용하면 비용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내화피복재료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포스코 A&C관계자는 “5층 이상 건물의 내화기준 및 화재예방 설비기준에 맞춰 건축물을 생산하면 콘크리트 건물 건축비용보다 비싸져 효용성이 떨어지고 공기단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낮아진다”고 말했다.

◆ 주거문제 해결위한 키워드인데… “관련법 제·개정은 불가”

모듈러 주택은 최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떠올랐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5일 발표한 ‘청년세대 주거실태 점검 및 지원대책 마련’ 보고서에서 모듈러 주택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릉동 기숙사와 영등포 고가차도에 지을 주택은 시유지를 사용해 토지비용 문제는 크지 않다”며 “고층으로 지을 수 없어 대규모 토지에 대한 공급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화피복 등으로 내화기능을 강화 하면 건축물 기준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안전 관련 기준을 업계 상황에 맞게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포스코A&C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모듈러 공법을 20층짜리 아파트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대량 공급이 가능하도록 국내 내화기준에 맞추면서도 비용문제를 줄일 3분의 1정도 저렴한 내화성능 자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18/2014031801685.html#csidx5d282094ac625ef8fe64850496d9df8